[MarketAnalysis] 4분기를 준비하며
in MarketWatch on MarketAnalysis
개요
4분기를 준비하면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봅니다.
2021년도 마지막 4분기만 남았습니다. 나스닥, S&P 500 모두 올 초 대비 20% 수준의 상승을 보여주었는데, 이것을 잘 끌고 가서 2021년을 파티로 마무리할지, 실컷 먹은 파티 음식들을 뱉어낼지 궁금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장에 남은 문제들을 한번 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테이퍼링입니다. WSJ 등에서는 11월 개시를 예상하고 있고, 파월이나 다른 연준 인사들도 올해 안에 개시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다만,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의 연결을 계속해서 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장 충격을 막기 위함인지 테이퍼링을 한다고 해서 금리 인상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심으려 하고 있고, 실제 테이퍼링을 해도 돈을 덜 푼다는 것이지 안 푼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동성은 계속 공급됩니다. 추석 연휴 이후에 9월 FOMC가 있는데, 그때 더 명확하게 설명을 해 준다면 불확실성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성장 둔화입니다. 연초에는 작년의 코로나로 인한 경제 후퇴가 있었고, 연준의 달러 살포로 경제 활성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실제 GDP 성장률도 아주 잘 나왔습니다. 월간 기준으로 경제 지표가 나쁘더라도 연준이 달러를 풀어서 막아줄 것이라는 인식으로 시장은 오히려 좋아했는데, 최근에는 이런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테이퍼링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연준이 정책 정상화를 시작하려 하고, 경제 지표가 나쁘게 나오면 시장도 나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성장 둔화 문제에 엮인 세 번째는 인플레이션입니다. 인플레이션은 계속해서 신기록을 세웠고, 이제는 더 올라가지 않고 현상 유지를 하니 좋아하는 상황입니다.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의 조합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가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성장 견인을 위해 돈을 푸는 것도 인플레이션 때문에 막히고, 인플레이션을 잡자고 긴축을 하면 성장 문제가 심화되는 막다른 길에 다다릅니다. 요 근래 발표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수치들도 소비자에 해당하는 CPI는 조금 진정이 되어가고 있으나 (그래도 높습니다) 생산자에 해당하는 PPI는 진정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의 마진은 줄어들고, 시장에는 당연히 부담이 됩니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지 않고, 심각하다면 연준이 빠르게 개입해서 정책 정상화 속도를 올릴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몇 개월 동안 연준은 괜찮다고만 하고 있습니다. 5월과 6월은 코로나 기저 효과로 그럴 수 있다고 해도, 7월과 8월은 중고차 때문이다, 반도체가 없어서 그렇다, 집값 때문이다 등의 구실로 대강 넘어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생각을 바꾼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달러를 풀고 인플레이션을 방관하면 물건 가격은 오르니 전세계의 달러 기준 구매력은 계속 떨어집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전세계에 세금을 걷는 것과 비슷합니다. 어쨌든, 달러의 가치가 계속 내려가면 사람들은 달러를 점점 믿지 않게 되고, 페트로 달러 시스템도 끝을 향해 갈 것입니다. 기축통화가 주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그 지위를 버리려는 것은 아니고, 금에서 석유 체제로 바뀐 것처럼 디지털 통화 CBDC가 여기서 역할을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연준이 조만간 CBDC 논문을 발표한다 하니 거기에 무언가 힌트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체제 전환을 하는 것이 맞다면, 지금 연준의 조치는 적절합니다. 전세계에 세금을 걷고, 미국은 찍어낸 달러로 각종 인프라 투자를 해서 새 엔진을 이식하고, 수출 경쟁력이 좋아져 제조업이 살아나고, 중국은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버블을 만들어 중독되게 하는 묘안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수 년 단위의 기간 동안 진행될 일이므로 긴 호흡을 가져가야 합니다.
그 다음은 미국 부채 한도 문제입니다. 옐런 장관은 재무부 현금이 없다고 경고하면서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이면 진짜 문제가 되니 빨리 합의할 것을 의회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이런 문제가 있었고 적당히 한도를 올리고 마무리 되었는데, 이번에도 그럴 것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디폴트입니다. 다만 원활한 합의가 아니라 기한에 딱 맞는 합의일 경우 약간의 공포와 함께 약한 조정이 나올 수 있겠습니다.
다섯 번째는 세금 인상 문제입니다. 바이든도 법인세 28%로 상향 등의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아 자신의 인프라 정책을 위해 세금을 올리고 싶어합니다. 세금이 오르면 시장에는 악재입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기업들이 투자하거나 자사주를 사서 주주에게 줄 돈을 세금으로 내니 당연합니다. 간단한 계산으로 보면, 현 법인세율 21% 수준에서 세전 영업이익의 79% 수준이 세후 영업이익이 됩니다. 28%로 세율이 오르면 72% 수준이 되고, 이는 8.86% (= 1- 0.72/0.79) 정도의 밸류에이션 하락을 가져옵니다. 물론 세금 문제도 갑자기 튀어나온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장에 반영되어 있을 것이므로 8.86% 보다는 작은 수준의 밸류에이션 하락이 생길 것으로 봅니다.
여섯 번째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다 같이 잘 살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며 거대 기업들에게 기부금을 가장하여 돈을 갈취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압력을 넣어 희생양이 된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했습니다. 몇 개월 된 이야기이지만, 아직도 회복을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부동산 재벌인 헝다 그룹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호비뉴 등 과거 유명했던 축구선수들을 영입한 축구팀으로도 익숙한데, 이 회사가 350조원의 부채를 못 갚을 상황에 있습니다. 이를 두고 2008년의 리먼 사건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 정도의 폭락으로 번질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우선, 리먼 때와 다르게 금융 시장의 문제가 아닙니다. 금융처럼 전체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마음먹고 위기를 진압한다면 진압 가능합니다.
두번째로는 정치적으로 미국과 중국은 다릅니다. 리먼 브라더스는 당시 부시 대통령 때문에 대선에서 불리했던 공화당이 여론이 좋지 않던 월가를 구해주지 않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표를 얻기 위해 내버려두었고, 대선 후에 시티그룹, AIG 등은 공적 자금 투입으로 구출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여력은 충분히 있었는데 적당히 타이밍을 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국은 다른 세력이 없으므로 미국과 다릅니다. 시장 경제에서는 각자 열심히 일해서 낸 세금으로 방만 경영을 하던 업체를 살려준다고 하면 여론이 매우 나빠집니다. 중국은 그런 개념이 없고 정부의 강력한 관리 하에 돌아가기 때문에 오히려 방치하면 정부 때문에 문제가 일어났다는 인식이 생깁니다. 당 개업 100주년에 금융 위기가 터지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므로 한방에 망하게 하는 것보다는 산소 호흡기 수준의 연명 조치 또는 철저하게 통제하여 혼자만 망하게 하는 조치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관리된 조건에서 적당히 본보기를 보이는 정도일 것으로 보기 때문에 2008년처럼 극단적인 공포와 폭락은 없고 조정으로 끝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당장 헝다 문제로 중국 부채가 터지지는 않더라도, 향후 중국 부채가 터질 만한 시나리오는 충분히 나옵니다. 미국이 공격해서 터뜨리거나, 중국이 직접 부채 감소에 나서는 두 가지 시나리오입니다. 미국이 공격해서 터뜨리는 경우는 미국 쪽에서 돈줄을 조이고 중국에서 달러를 뽑아가 2015년의 중국 외환 위기를 재현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이번 달 FOMC를 볼 필요가 있는데, 바이든이 천명한 공급망의 다변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 미국과 중국이 엮인 것이 너무 많아서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매파로 나온다면 미국이 중국에 피해를 입히겠다는 것으로 보아도 될 것 같습니다. 가능성이 높은 세부 시나리오는 이번에는 중국을 공격하기 위한 행동은 하지 않고,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을 할 때 모아놓은 무기들을 꺼내는 것입니다. 최근 미국이 우방국들과 이런저런 군사적 협약을 맺고 활동을 벌이는 것이 중국을 고립시켜 공격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것일 수 있습니다. 또한, 계속 숫자들을 무시하고 비둘기로 가면서 인플레이션은 괜찮다고 하는 것이 중국에서 나와서 다른 곳에 공급망을 설계하느라 비용이 들어 인플레이션이 생기는 것 때문일 수 있습니다.
중국이 직접 부채 감소에 나선다면 의도된 연출일 수 있습니다. 시진핑은 장기 집권을 원하는데, 현대 남성의 기대 및 건강 수명을 생각하면 최대 15년 정도 더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15년 동안 억지로 부채 문제를 외면하면서 버티다가 물러난 직후에 금융 위기가 오면 그 동안 쌓은 치적은 모두 날아갑니다. 그러면 러시아처럼 대역을 잠깐 세우고 대역의 재임 기간에 금융 위기를 조장해 부채를 줄이고 다시 복귀해서 위기를 극복한 지도자의 칭호를 얻는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억지로 버텨서 과도한 기업 부채를 누르려면 위안화가 기축통화 수준의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하여 정부 부채가 다소 늘어나더라도 위안화를 찍어내서 기업 부채를 틀어막으면 누를 수는 있으나 기축통화는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이번 헝다 문제가 금융 위기와 대폭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세 번째 이유는 양적 완화라는 성역 때문입니다. 2008년에 연준이 개입해서 돈을 뿌려 시장을 구출했고, 2020년에 또 그렇게 하면서 시장은 무슨 일이 생기면 연준이 출동해서 구해줄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문제와 잠재적인 리스크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단기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들도 있고, 장기적으로 가거나 어쩌면 일어나지 않을 일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해 놓은 시나리오가 틀리더라도 시나리오가 있어야 사후 대응이 빠르기 때문에 보이는 문제가 많으면 종종 정리하고 넘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