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Analysis] 인플레이션 1 - 수요 견인


개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에 대하여 생각해봅니다.

2020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은 역사에 남을 만한 사건이었습니다. 이동을 통제하고, 상점들은 문을 닫게 했으며,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공장들은 문을 닫는 일들이 전세계적으로 발생했습니다. 1920년대 후반 ~ 1930년대의 대공황, 2007년 말부터 2009년 6월까지 이어진 대침체와 함께 대봉쇄라는 이름으로 역대 세계 경제 위기의 한 장면이 되었습니다.

전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지고, 미 연준을 필두로 하여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과 정부는 금리 인하와 국채 발행을 통해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했습니다. 이 유동성 공급 정책은 현재도 정부의 인프라 투자, 지원금 지급,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 등으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대한 유동성 공급은 부작용도 만들고 있습니다. 돈이 너무 많이 풀려 가치가 하락해 상대적으로 상품 가치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백신으로 인한 집단 면역 형성과 경제 회복에 따라 억눌려 있던 소비의 급증도 이에 일조해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것이라는 예상이 널리 퍼지고 있고, 시장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적당한 인플레이션은 필요하지만, 과할 경우 채무자가 갚아야 하는 실질적 채무가 감소해 의도하지 않은 부의 재분배가 발생하고, 실질 임금 하락에 따른 구매력 감소와 현물 자산 가치 상승으로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중 수요에서 시작된 인플레이션을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은 총수요 증가로 (가계소비 증가, 기업투자 증가, 정부지출 증가, 수출 증가 등)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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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전년 대비 증가율로 그린 미국의 CPI(소비자물가지수) 입니다. 한국전쟁이 있었던 1950년대 초반에 급격히 치솟다가 내려왔고, 1980년까지는 오일쇼크 시기의 급등을 포함하여 전체적으로 우상향하는 인플레이션 시대였습니다. 그리고, 1980년부터는 지속적으로 우하향하는 디스인플레이션 시대입니다. 화면 캡처 2021-03-28 213034

위 그림은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입니다. CPI와 완전히 같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더라도 대략적인 방향은 비슷합니다. 1980년 이후 40년 동안 채권 금리가 출발점은 매우 높고 방향은 꾸준히 하락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채권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all weather나 risk parity 방식의 자산배분 전략들은 이 시기에 백테스트 상 큰 이익을 챙겼습니다. 다른 포스팅에서 관련 내용을 더 깊이 논의할 것입니다.

1980년부터는 인플레이션이 우하향하는 디스인플레이션 시기입니다.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은 수요 증가로 생기는 인플레이션이라고 했습니다. 이 시기에 뚜렷한 인플레이션이 없었다는 것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았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시대적 상황도 같이 보겠습니다. 2차대전 이후 수립된 브레튼 우즈 체제에 따라 미국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금본위제가 도입되어 금융 패권이 런던과 월가에서 워싱턴으로 옮겨갔습니다. 이후 금태환 포기로 브레튼 우즈 체제는 폐지되었습니다. 브레튼 우즈 체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달러와 금의 교환비를 고정하고, 타국 화폐를 달러에 연동했기 때문에 세계 경제가 돌아가려면 엄청난 양의 달러가 필요해 달러 가치의 하락을 가져온다는 것이었습니다. 1달러의 가치는 하락하는데, 명목상 35달러를 금 1온스와 교환해야 하니 보유한 금보다 달러가 지나치게 많아 보이면 다른 국가가 미국에 달러를 주고 금을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프랑스의 드골 정부가 68운동에 의한 경기 침체를 기회로 본 환투기 세력의 프랑스 프랑 가치 하락 베팅에 대응하기 위해 외환 시장에 개입하고, 금이 없어 미국에서 금을 받아갔습니다. 이런 경우가 많아지면 금으로 교환을 못 해주고, 다른 국가들이 신뢰를 잃어 체제가 붕괴합니다.

브레튼 우즈 체제 붕괴 후 1980년대 초부터 작은 정부, 자유 무역, 탈규제, 글로벌 밸류 체인 강화 등 자유 시장과 비용 감소에 집중하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들어섭니다. 작은 정부를 추구하자 자연스럽게 기업의 영향이 커졌고, 기업들은 돈을 벌어야 하니 효율을 강조하고 빠르게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의 개입이 줄어들고 정부 지출로 지원하는 재정정책보다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주가 되었습니다. 오일쇼크로 인한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가 20% 수준까지 올라 있었고, 기업들의 효율적 투자를 위해 지속적인 금리 인하를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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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실질 GDP와 잠재 GDP 사이의 gap을 나타냅니다. 일종의 기준점인 잠재 GDP는 한 국가가 노동과 자본을 모두 투입했을 때 최대 생산 능력입니다.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지 않으면서 달성 가능한 최대 GDP이기도 합니다. 위 그림에서 0 위쪽으로 나타나는 지점은 실질 GDP가 더 큰 것으로, 경제 활동이 과도해서 초과 수요가 발생하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으로 볼 수 있습니다. 0 아래로 나타나는 지점은 실질 GDP가 더 작은 것으로, 총수요가 총공급보다 작아 일종의 디플레이션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림에서 1980년 이후로는 0 위로 가는 부분이 별로 없습니다. 기업들이 효율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판은 마련되었지만, 수요가 따라잡지 못해 미국 경제는 40년 동안 잠재 GDP 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초과 공급이 지속된 것입니다.

1980년부터 뚜렷한 인플레이션이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생각보다 돈이 유통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나타내는 지표로 통화승수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통화승수는 중앙은행이 발행한 화폐가 시장에 유통되면서 그것의 몇 배를 창출했는지를 의미합니다. 중앙은행이 실제 찍어낸 돈을 본원통화, 바로 현금화 할 수 있는 돈을 M1(협의통화), M1에 약정 기간이 있는 돈을 포함한 것을 M2(광의통화)라고 합니다. 통화승수는 M2/본원통화로 계산됩니다. 적절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만들고 잠재 GDP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려면 통화승수를 올려서 시중에 돈이 돌게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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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이후로 40년 동안 기준금리,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 전년 대비 CPI 증가율 모두 우하향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금융 시장에는 1987년 블랙 먼데이,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2008년 금융위기, 2013년 테이퍼링 언급과 2018년 금리 인상 우려에 따른 발작 등 많은 발작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금리 인하 등의 통화정책으로 유동성을 공급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돈이 많이 풀리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니 인플레이션이 발생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지속적인 저금리로 실물 경제에서 적당한 소비 및 투자처를 찾지 못해 자산 시장으로만 돈이 쏠려 유동성을 공급해도 진짜 돈이 필요한 곳에는 가지 않고, 자산 시장 버블만 키우면서 1985년부터 통화승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했습니다. 2006년에 대략 8.4배 정도였는데, 그래프 끝부분인 2017년 초에는 3.6배 수준으로, 2017년 초 기준 2006년보다 2.3배 정도 돈을 더 풀어야 2006년과 같은 수준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그래서인지 2020년 3월부터 미 연준이 양적완화로 찍어낸 돈이 2008 금융위기 이후 5년 이상 진행한 양적완화 패키지 규모를 넘습니다.

40년 동안 보아온 결과로 중앙은행의 저금리와 양적 완화만 가지고서는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다고 보여져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는 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재난 지원금도 주고 대규모 인프라 투자도 집행하는 등 재정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참고할 수 있는 과거 시기는 1950년대 초반의 한국전쟁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백신에 의해 2021년 말 또는 2022년 초 정도면 경제가 완전히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고, 그렇다면 1950년대 초반과 지금은 단기적 경제 후퇴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정부 지출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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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초반의 미국 경제는 1949년에 있던 불황에서 회복하고 있었습니다. 위 그림은 미국 실업률 그래프로, 1949년 10월에 7.9%로 정점을 기록한 뒤 1950년 6월에는 5.4%로 하락해 있었습니다. 한국전쟁에 직접 개입하면서 징집 및 동원을 하여 실업률은 1951년 5월에 사실상의 완전고용 상태라고 보는 3% 까지 떨어집니다. 실업률이 줄자 소비 여력이 생겨 GDP는 1950년 3분기 10.3%, 4분기 13.4%, 1951년 1분기 10.6%, 2분기 9.1%, 3분기 7.3%라는 초고속 성장을 했습니다. 1951년 인플레이션은 7.88%로 고성장과 인플레이션이 같이 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도 이런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이러스에 의한 위기로 일시적으로 막대한 부양책을 펴고, 소비 여력이 생겨 소비가 늘어나고 급격한 성장을 보여주고, 실업률 하락이 일어나면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동반되는 시나리오입니다.

바이든 정부는 1.9조 달러의 부양책을 통과시켰고, 이는 미국 1년 GDP의 9% 수준입니다. 이전 트럼프 정부에서 통과시킨 부양책들도 저소득층과 중산층 대상의 지원금과 실업 수당에 많은 비중을 둡니다. 저소득층과 중산층은 저축을 적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코로나19 이전의 추세보다 1.6조 달러 정도를 더 저축했습니다. GDP의 7% 정도가 억제된 소비력으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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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각종 봉쇄 조치와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감으로 소비가 그리 활성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장기 저축률 추세가 7% 정도인 것을 생각할 때, 현재 13.6%의 저축률에서 6.6% 정도의 저축률이 감소해 소비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실업률 감소로 추가적인 소비 여력이 생길 수 있어 더 늘어날 것입니다. 여기에 바이든 정부의 3조 달러 인프라 뉴딜까지 통과된다면 단기적으로 1951년처럼 고성장과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가 해결되는 상황에서 단기적인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로 보입니다. 이제 40년 간의 추세를 뒤집고,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수 있을지도 생각해 보겠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고소득층 증세를 통해 중산층과 저소득층으로 부의 재분배를 하여 미국의 중산층을 재건하고 빈부 격차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미국의 고소득층이야 어차피 돈이 많으니 세금을 조금 더 가져간다 해도 생계에 위협을 받거나 소비를 줄여야 할 사람들은 아닙니다. 미국의 중산층과 저소득층에서는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정기적이고 확실한 소득의 증가가 소비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밀턴 프리드먼의 항상소득가설에 기반하여, 바이든 정부의 의도대로 부의 재분배와 중산층 재건이 된다면 소비 증가 및 수요 증가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제임스 듀젠베리의 상대소득가설에 따르면 개인의 소비는 가장 소득이 높았던 때를 기준으로 설정되는 경향이 있고, 소비 패턴을 쉽게 바꾸지 않는 톱니 효과를 보입니다. 두 가설을 조합하면 부의 재분배로 소비 및 수요 증가가 발생하면 소비가 쉽게 줄어들지 않으므로, 지속적인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킬 수 있게 됩니다.




© 2021.03. by JacobJinwon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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