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Analysis] 에너지 기업의 미래
in MarketWatch on MarketAnalysis
개요
향후 에너지 기업들은 어떻게 될 지 생각해봅시다.
2020년은 원유 선물이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하는 매우 이례적인 해였습니다. 코로나의 대유행으로 전세계적인 대봉쇄가 이루어졌고, 원유 수요가 급락하여 재고가 쌓이고 오히려 보관료가 더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2020년 초에 전세계 에너지 ETF인 IXC는 31.12달러였고, 2021년 초에는 이것의 66% 수준인 20.39달러였습니다. 그리고, 2021년 3월 8일 종가는 25.95달러로 연초 대비 27%가 상승했습니다. 미국 에너지 ETF인 XLE는 2020년 초에 60.40달러, 2021년 초에 이것의 63% 수준인 37.96달러였습니다. 그리고, 2021년 3월 8일 종가는 53.05달러로 연초 대비 40%가 상승했습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2020년 초 51.56달러, 2021년 초 47.62달러로 92% 수준까지 회복되었습니다. 그리고, 2021년 3월 8일 종가는 65.05달러로 연초 대비 37% 상승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오르면 오일 메이저 기업들의 주가도 따라서 올라갑니다. 그런데, 원유 가격은 2020년 초 가격보다도 높은데 에너지 ETF는 2020년 초 가격에 못 미칩니다. 시장에 재난 지원금과 금리 인하로 엄청난 양의 유동성이 공급되었는데도 그렇습니다. 무언가 오일 메이저 기업들의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 악재가 있을까요?
영국에는 British Petroleum(이하 BP)이라는 거대한 오일 회사가 있습니다. 이들은 2020년 에너지 전망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 초반부에서 BP가 예측하는 2050년 시점의 3가지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세 가지는 에너지 사용에서의 탄소 배출에 관한 예측으로, business-as-usual(현상 유지), rapid(신속 감축), net zero(탄소 배출 제로) 시나리오입니다.
원유는 성분부터가 80% 이상이 탄소입니다. 그림에서 보면 rapid 시나리오나 net zero 시나리오나 모두 과격한 감축을 예견합니다.
BP 자체 예측 시나리오 외에도, 전기차 대유행,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 코로나19 영향까지 2020년은 매우 혹독했습니다. 앞으로도 원유 기업에게는 악재만 가득할까요?
누구나 알겠지만 현재 에너지 생산은 원유, 석탄 2강 체제입니다. 2035년쯤 되면 신재생 에너지가 1위로 올라갑니다. 그 동안 석탄이 크게 줄어들어 석탄 감소분과 신재생 에너지 증가분이 어느 정도 대체됩니다. 원유가 줄어드는 대신 천연가스가 늘어나서 대체하고 있습니다. BP 보고서의 그래프로 보기에는 신재생 에너지를 늘려서 원유를 대체하는 것보다는 신재생 에너지로 석탄을 대체하는 것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따라서, 원유와 천연가스 두 가지 모두 잡고 있는 오일 메이저 기업들이라면 저런 변화가 있더라도 잘 버틸 것입니다.
원유 자체에서 거론되는 문제점도 살펴봅시다. 원유 자체를 땅에서 퍼 올리던 것을 넘어 이제 물로 바위를 부수어 셰일 오일을 캐고 있습니다. 이 방식 덕분에 미국이 러시아와 사우디를 넘는 산유국이 되었습니다. (물론 원래도 미국은 원유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셰일 오일을 채굴할 때 사용하는 수압파쇄법, 일명 fracking이 지반 침하 등 환경 문제를 크게 일으킵니다.
현 바이든 정부는 파리 기후협약 복귀를 하는 등 환경을 매우 중시합니다. 그에 따라, 연방 소유지에서 원유와 가스 신규 시추를 중단하는 조치를 냈습니다. 이런 조치는 공급을 줄어들게 할 것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유가 폭락으로 셰일 오일 채굴 기업들은 엄청난 손실을 겪었습니다. 예를 들어, 2011년 150억달러 가치를 가지던 Whiting Petroleum은 2020년 4월 파산보호 신청을 했습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도 미국과 캐나다의 원유 및 가스 기업 42개가 저유가로 인한 손실로 파산했다고 합니다.
이런 대규모 파산에 더해 법적으로 규제까지 한다면 공급 축소 상황이 됩니다. 저유가 시기를 그 동안 쌓아둔 돈과 규모로 버텨온 엑슨모빌, 셰브론, 브리티시 페트롤륨, 토탈 등 메이저 기업들은 오히려 점유율을 늘려나갈 기회가 됩니다.
세계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코로나와 친환경 정책 때문에 원유와 가스 수요는 3~8% 감소했고, 에너지 전반에 대한 투자는 18% 감소했다고 합니다. 에너지 투자에 원자력, 신재생 에너지, 석탄, 원유, 가스 모두 포함되지만, 현 상황을 고려하면 원유와 가스에 감소분이 집중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공급이 줄었으니 원유와 가스 E&P (exploration & production) 투자를 늘려서 다시 공급을 늘리면 된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유전을 찾는 것도 어렵고 단가가 안 맞으면 사용도 못 합니다. 엑슨모빌이 가이아나 유전을 찾기 시작한 것이 2015년입니다. 이들은 2025년부터 채산성이 있는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5년 동안 고생하다가 2020년 11월에 실패 선언을 했습니다. 세계 최고였던 기업이 심혈을 기울여 진행한 프로젝트인데도 그렇습니다. 일단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위 그림의 검은 점선은 BP가 예측한 신규 투자가 없는 상황에서의 원유 공급량과 가스 공급량을 나타냅니다. 지금 사용하는 수준으로 사용하거나(as-usual), 빠르게 원유와 가스 사용을 줄이거나(rapid), 탄소 배출 0을 목표로 하거나(net zero) 모든 경우에서 공급이 부족합니다.
이미 먹고 살 만 하고 신재생 에너지 투자도 제법 해 놓은 선진국이라면야 환경을 소중히 여기며 rapid 시나리오를 적용할 수 있겠지만, 성장이 우선인 중국이나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이 과연 가능할까요? 아마 안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할 때,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rapid와 as-usual 사이의 어딘가로 보여집니다. 어디로 가더라도 원유와 가스 모두의 수요 고점은 2030년은 되어야 합니다.
사실 BP는 딥워터 호라이즌호 사건으로 거액의 배상금을 물게 되고 친환경 체제로 바꾸어 나가는 중입니다. 그러므로, 원유와 가스에 대하여 그리 밝은 전망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원유에 우호적이어야만 하는 OPEC이 예측한 것으로는 전세계 에너지 수요는 2045년까지 약 25% 증가하고 그 중 원유가 27%, 천연가스가 25%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특히 전세계 원유 수요는 인도를 선두로 하여 현재의 일간 1억 배럴 수준에서 2045년 일간 1억 1천만 배럴 수준을 전망합니다. 일간 1천만 배럴은 사우디아라비아 수준의 산유국이 하나 더 나와야 맞추어지는 양입니다.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원유 수요에 비해 당분간 공급이 적을 것입니다. 원유 공급을 단기에 늘리기 매우 어렵습니다. 늘린다 해도 엑슨모빌의 가이아나 유전 사례를 볼 때 최소 3~5년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2020년대 중반까지는 공급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에너지 기업 주가는 시장에 엄청난 유동성이 공급되었고 주가가 많이 올라왔음에도 코로나 이전보다 아직 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