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tegy] What If Inflation Continues?


개요

지속적 인플레이션이 온다는 가정에서 이에 대응할 방식을 생각해봅니다.

바이든 당선 후인 작년 11월 이후부터 대규모의 부양책, 코로나 이후 보복 소비 등의 이유를 바탕으로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5월에는 놀라운 인플레이션 수치를 보여주기도 했고, 6월에도 예상 범위에 있었다지만 그 수준을 이어갔습니다. 본격적으로 기저 효과 영향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것이 7-8월부터인데, 이제 진짜 인플레이션이 맞는지, 아니면 기저 효과에 의한 잠시 일어난 이례적 현상인지 드러날 때가 왔습니다.

영국의 Man Group이라는 퀀트 펀드에서 3월에 발표한(최근 수정 5월 말) 비교적 신작 논문이 있습니다. 제목은 인플레이션 시기의 최고 전략으로, 대체로 인플레이션이 이미 와서 지속되고 있는 경우에 대한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다/이미 왔다 라고 하는 경우 다음을 이유로 제시합니다. 첫째로, 통화량 M2가 1년 사이에 15조 5천억 달러에서 19조 7천억 달러로 늘었습니다. 둘째로, 재정 정책으로 뿌린 돈은 2020년 3조 1천억 달러(GDP의 15%), 2021년 2조 3천억 달러로 예상되어(GDP의 10%) 세계대전 때와 맞먹습니다. 1차대전에서 2년 동안 각각 GDP의 12%, 17%를, 2차대전에서 4년 동안 각각 GDP의 12%, 27%, 21%, 21%를 살포했다고 합니다. 셋째로, 장기채 금리가 크게 올랐다는 것입니다. 최근 갑자기 1.3% 밑으로도 가고 했지만, 크게 오른 것은 맞습니다.

부동산이 없다는 가정에서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이 높은 자산군은 주식과 채권일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오면 채권은 일반적으로 성과가 나쁘다고 알려져 있는데,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흔히들 시장은 효율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인플레이션도 기대한 수준의 인플레이션과 예상 못한 인플레이션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효율적이니까 기대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채권 시장이 이미 반영할 것입니다. 예상 못한 인플레이션은 다음에 발표되는 인플레이션 수치의 기대치를 현재 인플레이션 값이라고 본다면 변화량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논문에서는 단순한 이 모델이 의외로 컨센서스보다 잘 맞춘다고 이야기합니다.

인플레이션이 오면 채권 가격은 내려갑니다. 이자로부터 오는 현금 흐름의 미래 가치가 인플레이션 때문에 하락하니까 채권은 가격이 내려가고 더 높은 금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불확실성 측면으로 본다면 예상 못한 인플레이션은 불확실성이자 리스크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높아진 상황이 되어 리스크 프리미엄을 더 주어야 하고, 금리가 오르고 채권 가격이 내려갑니다.

다음은 주식입니다. 인플레이션은 대체로 주식 시장에도 하락을 가져옵니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불확실성으로 작용합니다. 이는 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게 하고 운영을 어렵게 하며, 리스크 프리미엄을 높여 주가 할인율이 오르고 주가가 내려갑니다. 실적 없는 소형 성장주에서 특히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기업이면 원재료비 상승을 소비자가 책임지도록 하면 되지만, 다른 기업들은 실적이 악화됩니다. 그에 따라 미래 경기 전망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들이 제시한 다소 신선한 관점인데, 인플레이션이 높으면 기계 설비는 CPI로 보정되지 않기 때문에 감가상각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게 인정되고 세금에서 손해를 본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제 인플레이션을 정의해야 하는데, 매우 어렵습니다. CPI headline, CPI Core, GDP deflator, 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 Deflator 등 지표가 많습니다. 게다가 질적 성장도 반영하지 않습니다. 지금 주머니에 있는 스마트폰 성능을 가진 컴퓨터는 1985년 즈음에는 3200만 달러였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스마트폰 수준이어도 슈퍼컴퓨터였습니다. 논문은 CPI headline을 가지고 설명합니다.

논문에서는 연간 인플레이션율이 2%보다 상당히 높게 지속되는 기간을 인플레이션 시기로 정의합니다. 구체적으로, 5% 이상의 수치가 나온 시점을 시작으로 지난 24개월 동안의 최대치의 50% 아래로 내려가는 경우 끝난 것으로 간주합니다. 6개월 이하로 지속되는 단기적인 이상 현상은 제외합니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인플레이션 시기는 2차 대전(1941-1942), 2차 대전 후(1946-1947), 한국전쟁(1950-1951), 브레튼우즈 체제 말(1966-1970), 1차 오일 쇼크(1973-1974), 이란 혁명(1977-1980), 레이건 호황(1987-1990), 중국 수요 호황(2007-2008)입니다.

논문에서는 8회의 인플레이션 시기에서 주식과 국채의 명목 및 실질 수익률을 먼저 보여줍니다. 주식은 평균적으로 명목 수익률 0%, 실질 수익률 -7%이고, 두 번만 이익을 냈습니다. 국채는 평균적으로 명목 수익률 3%, 실질 수익률 -5%이고, 두 번만 이익을 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아닌 보통 시기에는 주식은 평균적으로 명목 수익률 12%, 실질 수익률 10%이고, 국채는 평균적으로 명목 수익률 6%, 실질 수익률 4%입니다. 확실히 인플레이션 시기에 부진한 것이 전체 수익률을 낮추는 것이 보입니다.

화면 캡처 2021-07-12 232533

그림이 조금 복잡합니다만, 해석은 이렇습니다. 평소보다 인플레이션이 높은 시기에는 인플레이션이 올라갈수록 주가가 내려가고, 평소보다 인플레이션이 낮은 시기에는 인플레이션이 올라가면 주가가 오릅니다. 막대 그래프는 상관계수를 보여주는데, 시작점의 인플레이션이 하위 20%일 때 인플레이션과 주가의 상관관계는 0.4 이상으로 꽤 높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낮았다가 올라온다는 것은 경기 회복에 의해 각종 원자재와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이 올라 인플레이션이 오르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인플레이션이 높은데 더 올라가는 것은 이미 과열된 상태에서 더 가서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관점에서만 본다면, 인플레이션이 낮고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에 주식 비중을 높여야 합니다.

화면 캡처 2021-07-12 233213

국채에서도 비슷한 그림을 보여주는데, 국채는 주식처럼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 없습니다. 국채는 그저 인플레이션이 오르는 것을 싫어합니다.

화면 캡처 2021-07-12 233354

다음으로는 주식의 섹터별 수익률을 보여줍니다. 인플레이션 기간 동안을 통틀어서 거둔 실질 수익률 기준인데, 에너지 섹터만 양수고 나머지는 다 손실입니다. 문제는 에너지 섹터도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아 믿을 만한 값이 아닙니다. 유가가 올랐다 해도 Exxon Mobile, Chevron 등 다양한 정유사들이 유가 상승을 헤지하는 파생 거래를 했다면 유가가 오르는 대신 파생상품에서 손실을 보기 때문에 유가 상승을 그대로 따라가지 못합니다.

Consumer Durable (내구재) 섹터가 가장 힘들어하는데, 내구재니 소비자들이 안 사고 버틸 수도 있어 가격 인상이 어려워(가격 인상을 안 해도 소비자들이 안 사고 버틸 수도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으로 발생하는 비용 상승 피해를 입어서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기술주/금융주도 특히 부진한데, 기술주는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에 따른 할인율 상승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고, 금융주는 금리가 인플레이션 때문에 같이 올라가는 것은 예대 마진이 늘어 수익성이 올라 좋은데 채무자가 파산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다만, 논문에서 제시하는 기간은 연준과 재무부가 양적완화 같은 신기한 기법들을 사용하지 않은 기간들도 있고, 지금치럼 엄청난 돈을 풀어 파산은 막아주는 그런 기간이 아니었던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화면 캡처 2021-07-12 234435

다음은 국채입니다. 듀레이션이 만기가 길수록 길고, 듀레이션에 금리 변화를 곱한 것을 대략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로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러다보니 만기가 길수록 못하고 국채에 비해 회사채나 하이일드가 못한 것을 보여줍니다. TIPS는 혼자 실질 수익률 2%를 내면서 버티고 있지만, 이 당시 인플레이션은 지금 놀라워하는 5% 정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TIPS 보정도 더 크게 들어갔을 것이고, 지금 상황에서는 저것보다 못할 것입니다.

화면 캡처 2021-07-12 234913

원자재 선물은 인플레이션이 오면 행복합니다. 산업금속, 귀금속, 농산물, 원유(에너지), 금, 은 모두 실질 수익률이 아주 좋습니다. 에너지, 산업금속, 금, 은, 귀금속, 농산물 순서로 높은데, 에너지는 유가 160달러 시절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75달러에 불편해하는 지금 상황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화면 캡처 2021-07-12 235259

원자재도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데, 인플레이션이 낮아도 높아도 올라가기만 하면 원자재 선물은 행복합니다. 특히, 이미 인플레이션이 높을 때 더 올라가는 경우에 원자재 선물과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가집니다.

화면 캡처 2021-07-12 235555 화면 캡처 2021-07-12 235612

부동산은 많이들 다루니 있을 수 있지만 미술품/술/우표(수집품)도 보여주어 조금 놀랐습니다. 부동산은 주식/채권 등 금융 자산보다 영향을 덜 받는데 인플레이션 시기 실질 수익률은 음수입니다. 단, 부동산은 일본의 80년대 폭등과(도쿄를 팔면 미국을 살 수 있었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 집값을 생각하면 국가마다 다를 것 같습니다. 수집품은 원자재만큼은 아니더라도 인플레이션이 오면 수익률 좋습니다. 미술품과 우표는 모으는 사람을 종종 봤는데, 술도 모으면 돈이 된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화면 캡처 2021-07-13 000448

팩터도 잘 다루면 시장을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BAB (Bet Against Beta) 팩터만 통계적으로 유의하기는 합니다만, 나머지도 간단한 설명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형주 팩터는 인플레이션 시기에 힘센 대형주들에 비해서 가격을 결정하는 능력이 부족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장 지배력도 부족하고 자금력도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소형주가 평소에는 잘하다가 인플레이션만 오면 못합니다. 모멘텀 팩터는 인플레이션 시기에 좋은데, 인플레이션 시기에 추세가 지속되는 성향이 강해지는 듯 합니다. BAB 팩터는 평소에는 대체로 현금을 잘 만들어주는 저베타 저변동성 주식들이 잘하다가(무려 8%) 인플레이션 시기만 오면 그 현금흐름에 대한 할인율이 증가해서인지 -3%로 내려갑니다.

화면 캡처 2021-07-13 002248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특히 추세 추종 전략이 잘 먹힙니다. 채권, 원자재에서 그런 경향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화면 캡처 2021-07-13 002450

미/영/일 3국으로 보면 자국 인플레이션에 자국 주식/채권은 나쁘고,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영국/일본에도 전염됩니다. 반대로 영국/일본의 인플레이션은 다른 나라에 딱히 영향을 주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원자재는 인플레이션이 오면 일단 좋고, 3국 모두 인플레이션일 때 특히 좋습니다.

저자들은 암호화폐도 잠시 다루는데, 비트코인이 새로운 금이라니 인플레이션을 대비한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을 좋지 않게 보는 것 같습니다.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방어 효과를 가진다고 주장하는데, 실상은 비트코인이 존재한 기간 동안 유의미한 인플레이션이 오지 않았습니다. 금에 비해서도 변동성이 매우 크게 높아 가치 저장을 위해 사 둔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수준입니다. 가장 문제인 것은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때(코로나 폭락이 대표적입니다) 비트코인은 피난처 역할을 못하는 투기 상품의 성질을 보여주었습니다.

페이지 수 자체는 그리 많지 않지만, 내용은 방대한 논문이었습니다. 일단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전제로 분석한 것이니 인플레이션이 안 오면 의미 없는 논의가 됩니다. 그리고, 논문에서 제시하는 시점들과 비교하여 현재 시점은 변한 것이 많습니다. 미국은 셰일을 앞세워 석유에서도 세계 최고가 되었고, 이제는 2차 대전 때 보여주던 엄청난 제조업 생산력에는 의존하지 않는 국가입니다. 또한, 미국 증시 시가총액 상위에는 초대형 기술주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들은 기계나 원자재를 사용해서 상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아닙니다. 무형 자산을 만드는 회사들인데 무형 자산은 인플레이션이 온다고 해도 사라지거나 가치가 훼손되지 않습니다.

참고

Neville, H., Draaisma, T., Funnell, B., Harvey, C. R., & Van Hemert, O. (2021). The Best Strategies for Inflationary Times. Available at SSRN 3813202.




© 2021.03. by JacobJinwonLee

Powered by theory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