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etClass] Commodity - O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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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자산군으로서의 원유를 생각해 봅니다.
원자재 세 번째 글입니다. 이전 글에서 산업 금속과 원자재 지수를 보았고, 이번에는 원유를 보겠습니다. 원유는 원자재 지수에서 30% 이상의 높은 비중을 가지고 있는 중요한 상품입니다. 실생활에서도 각종 물건들의 재료와 에너지원으로 쓰여 중요합니다.
원유는 유독 다른 원자재보다 정치적, 경제적, 지정학적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예를 들어, 중동에서 불안한 정세가 이어지면 원유 가격이 오르고, 얼마 전 수에즈 운하가 막혔을 때도 유가가 올랐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도 원유는 2020년 중 마이너스 유가를 보여주고 지금은 60달러 위에서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Macrotrends.net에서 가져온 20년 동안의 유가 차트입니다. 2008년 금융 위기 직전에 160달러까지 갔다가 금융위기 이후 90 - 140 달러를 오갔습니다. 가격 하락이 온 것은 2014년 즈음인데, 셰일 혁명으로 원유 생산에서도 1위가 되어버린 미국이 마음에 들지 않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중심이 되어 공급을 확 늘려서 가격을 떨어뜨립니다. 당시만 해도 셰일 오일의 손익 분기점은 유가 75달러 수준이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손익 분기점이 유가 25달러 정도였습니다. 아주 넉넉한 마진을 가지고 있었고, 마음 놓고 가격을 폭락시켜 셰일 업계를 공격했습니다. 많은 셰일 오일 업체들이 망했지만, 자본주의의 나라인 미국은 셰일 업체들의 M&A를 진행하고, 온갖 신기술을 개발하면서 셰일 오일의 생산 단가를 2년만에 40달러까지 내려버립니다. 이러다보니 셰일 업체들도 그럭저럭 싸워볼 수 있는 상태가 되었고, 기존 산유국들 중 가장 약한 편이었던 베네수엘라가 무너졌습니다. 산유국들도 유가에 재정이 연동되기 때문에 오히려 피해가 커졌고, 가격 방어로 돌아섭니다. 그 후에는 등락을 거듭하다가 코로나19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가격대에 갔다 왔습니다.
유가에 영향을 주는 거대 세력들은 OPEC,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미국, 이란, 이라크, 중국 정도가 있습니다. OPEC은 원유 생산의 40%, 매장량의 80%를 담당하고, 세계 2위 원유 매장량을 가진 사우디아라비아가 대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OPEC과 사우디아라비아는 2014년에 미국을 공격했다가 오히려 미국 셰일 업계를 더 튼튼하게 진화시켜 주고, 옛날의 높은 유가로 돌아가지 못하며 힘을 잃고 있습니다. 거기에 사우디아라비아는 언론인 암살까지 하면서 미국의 제재를 받는 이상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힘센 나라입니다. 유럽 쪽으로 파이프만 있으면 원유든 가스든 보내줄 수 있어서 유럽이 쓰는 원유의 30%, 가스의 70%를 주고 있습니다. 현실화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겠고 미국도 싫어하겠지만 거리가 크게 단축되는 북극항로 개발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어 원자재 분배에서 큰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셰일 혁명으로 생산에서도 중요한 국가이면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상당수 산유국들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셰일을 잘 쓰지 않는 OPEC/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와 달리 미국은 2014년 이전처럼 유가가 올라가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셰일 업체들도 진화해서 유가 40달러 정도면 버틸 수 있으니 유가가 올라 다른 국가들이 생산을 늘려 점유율을 빼앗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란은 원유 매장량 10% 정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 시절 미국에게 온갖 제재를 당했고, 러시아와 상당히 친해졌습니다. 러시아는 이란에 무기도 주고 UN 제재도 무시하겠다며 도와줍니다. 이란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데, 미국이 오바마 정부 때처럼 이란을 잘 대해주었다면 러시아를 상대하기 쉬워졌을 것인데 러시아를 키워준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라크는 원유 매장량 9% 정도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부시 정부가 다 부숴놓았고, 그 뒤로도 내전과 극단주의자들 때문에 매우 혼란스러운 나라입니다. 미국과는 사이가 나쁜데 미래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중국은 생산자 입장보다는 소비자 입장입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원유를 비롯한 전세계 원자재를 흡수하면서 초고속 성장을 했고, 원자재 가격도 같이 올려놓았습니다. 중국도 이란에 원유 개발권을 얻어내고 신장 지구부터 구소련, 이란 등을 통해 유럽까지 길을 열어보겠다는 목적으로 이란과 친해지고 있습니다.
경기 상황도 유가에 영향을 줍니다. 일반적으로 GDP가 상승하는 경기 호황이라면 에너지 수요가 증가해 국제 유가도 오릅니다. 경기 불황이라면 에너지 수요 감소로 유가 하락 쪽으로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유가에 의해 경기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유가가 크게 오르면 물가가 올라 경기 악화가 진행됩니다) 복합적으로 움직여 항상 저 관계가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유가의 추측 가능한 범위도 현재 유가가 어디로 갈지 예측하는데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유가가 계속 오를 수는 없는 이유는 미국은 셰일 업계의 손익 분기점(40달러) 보다는 높고, OPEC/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가 증산해서 가격을 내리려 하지는 않을 정도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60달러가 살짝 넘는데 미국이 유가가 높아서 마음에 안 든다는 언질을 주고 있습니다. 유가는 일반적으로 산유국 경제와 크게 연관되어 있어 산유국 경제가 어려울 수준까지 내려가지는 않습니다. 대략 산유국 무역이 적자는 면하는 수준(경상수지 >= 0)을 생각하면 됩니다. 그 정도가 되면 산유국들이 감산을 해서 가격을 올릴 것입니다. IMF가 제시하는 예측 데이터인데, 사우디아라비아는 52.5달러, 이란은 37.4달러, 이라크는 56.3달러가 깨지면 무역 적자가 납니다. 산유국들은 45~50달러 정도가 깨지면 가격을 올리고 싶어할 것이고, 30달러 근처로 가면 대동단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유가가 60달러 정도를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동 산유국들은 대체로 그 상태를 원합니다. 무역 흑자가 나니 당연합니다. 미국이 유가가 높다고 불평해도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원유 투자는 무엇으로 할까요? 자산배분 투자라면 원자재를 가져가는 것이 다각화와 분산투자를 위하여 바람직하기 때문에 원자재 ETF인 DBC, GSG 등을 가져가면 됩니다. 자기가 원유에서 조금 더 분석 능력이 있다 싶으면 원유 선물과 담보를 위한 약간의 국채로만 구성된 DBO ETF를 추가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운용 금액이 크다면 원유 선물로 레버리지를 조정해가며 직접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산업 금속 글과 원자재 지수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원유, 산업 금속, 농산물 등 원자재를 가져가는 것은 전통적인 주식/채권 자산배분 전략에 다각화 수준을 높여 줍니다. 그래서 최근 15년 간 원자재 성과가 매우 나빠 (ETF 설정 이후 기준 원자재 ETF인 DBC 연 복리 -1.60%, 원유 ETF인 DBO -5.27%, 원자재 ETF인 GSG -8.42%) 선뜻 손이 가지는 않지만, 편입해야 합니다. 주식 시장과 상관관계가 높고 (에너지 ETF XLE와 S&P 500 ETF SPY 상관관계 0.66), 원자재의 움직임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XLE, DBO 상관관계 0.70) 저는 원자재를 원자재 생산 기업 주식으로 대체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원자재에 도저히 손이 가지 않는다면 원자재 생산 기업 주식으로 대체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