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etClass] Commodity - Index


개요

자산군으로서의 원자재 지수를 생각해 봅니다.

이전 포스팅인 산업 금속에 이어서 원자재 지수를 보겠습니다. 원자재 지수는 산업 금속을 비롯하여 원유도 포함하고, 옥수수, 콩, 쌀 등 농산물, 돼지고기 같은 신기한 상품들도 포함합니다.

원자재하면 반드시 소개해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Jim Rogers입니다. 요즘은 하는 예측들이 많이 틀려서 한물 간 할아버지 소리를 듣지만, 젊을 때는 George Soros와 함께 Quantum Fund를 역대 최고 반열에 올린 사람입니다. 1970년부터 1980년 단 10년 동안 4200%를 벌었습니다. 연평균 45%입니다. 당시 오일 쇼크로 주식 시장의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쓰러져 갈 때 원자재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시장을 크게 이겼습니다. 그는 1980년까지 원자재로 크게 이기고 1982년에 주식 강세장이 온다고 예측하여 1998년에 원자재로 가라고 의견을 바꿀 때까지 또 맞추었습니다. 2008년까지 원자재는 다시 부활했습니다. 그는 제대로 투자를 할 생각이면 원자재라는 한 자산군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활발히 거래되는 원자재들을 생각해보면 에너지(원유), 산업 금속, 농산물, 고기, 커피 등 우리 생활에 없으면 안 되는 것들입니다.

원자재의 장점은 주식/채권이라는 전통 자산군과의 상관관계가 낮아 다각화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2008년 금융위기에서 발생한 QE들 이후로는 엄청난 돈으로 축제를 하고 있어 같이 움직이기는 합니다만, 장기 상관관계는 낮습니다. 또, 주식이나 채권은 망하면 휴지가 된다는 문제가 있으나, 원자재는 선물 거래가 많기 때문에 거래소가 보장해줍니다. 경제가 힘들어도 중동에서 문제가 있다거나, 갑자기 중국이 산업 금속을 대량 매입하겠다는 등 자체 수요 증가와 사건들로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산배분 전략에서 원자재를 가져가는 가장 중요한 이유인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이 있습니다. 많은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 물가에 반영이 되고, 인플레이션율이 급격하게 올라갈 때 주식과 채권은 힘들어하는 반면 원자재는 날아갑니다. 원자재의 단점은 그 자체로 배당이나 이자 같은 현금 수익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투자하는 대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단기적인 시세 차익을 노리고 트레이딩 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자재 좋다고 주장했으니 무언가 근거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Gorton, Rouwenhorst (2006)에서는 1959년부터 2004년까지 원자재 선물이 S&P 500을 이긴다고 주장합니다. 아래는 그래프입니다. 원자재 선물은 5.23%의 연 복리 실질 수익률, 12.1%의 연 변동성, 0.43의 Sharpe Ratio를 기록했고, S&P 500은 5.65%의 연 복리 실질 수익률, 14.85%의 연 변동성, 0.38의 Sharpe Ratio를 기록했습니다. 수익률 숫자 자체는 주식이 높아 보이는데 이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원자재 선물 쪽이 Sharpe Ratio가 높기 때문에 수익을 원하면 레버리지를 사용해서 변동성을 적절히 조절해주면 주식보다 수익률이 높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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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ton과 Rouwenhorst는 John Maynard Keynes의 Normal Backwardation 프레임으로 설명합니다. John Maynard Keynes는 선물 가격이 “미래에 예상되는 현물 가격” (현재 현물 가격이랑 다릅니다) 보다 싸게 형성되는 현상을 Normal Backwardation이라고 했습니다. 원자재 선물 매도자는 만기에 현재 매도한 가격을 받고 기초 자산을 인도할 것이니 만기까지의 가격 변화 리스크가 사라지고, 선물 매수자는 만기까지의 가격 변화 리스크를 떠안은 채로 현재 선물 가격으로 매수하기 때문에 원자재 선물 매수자는 무언가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Contango/Backwardation과는 다른 것이 Contango와 Backwardation에는 “미래에 예상되는 현물 가격”은 개입하지 않습니다. 현재 현물 가격보다 현재 선물 가격이 비싸면 Contango, 싸면 Backwardation입니다. Contango이면 선물 만기마다 롤오버를 해서 만기가 더 긴 것으로 바꿀 때마다 싸게 팔고 비싸게 사야 해서 손실입니다. Backwardation이면 롤오버에서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이득입니다.

Gorton, Rouwenhorst(2006)에서 제시한 현물과 선물의 수익률입니다. 그들의 주장대로면 선물 매수자가 리스크 프리미엄을 받아야 하니 현물 쪽보다 수익률이 높아야 하고, 결과도 그렇다고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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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선물이 좋은 점은 더 있습니다. 만기까지 가져가지 않고 적절한 시점에 롤오버한다는 가정에서 Tail이 얇고 Positive Skew라는 것입니다. 주식의 수익률 분포는 Fat Tail에 Negative skew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아도 주식의 양 끝이 훨씬 두껍고 왼쪽 꼬리가 더 두꺼워 큰 손실의 위험이 숨어 있습니다. 1987년 10월의 Black Monday, 2020년 3월 코로나 때문에 지수가 -10%씩 급락하던 것을 생각하면 됩니다. 반대로 Positive Skew인 원자재 선물은 오른쪽 꼬리가 더 두꺼워 큰 이익을 줄 가능성이 숨어 있습니다. 상관관계로 볼 때도 주식/채권과 낮은 상관관계를 보여주기 때문에 성과와 상관 없이 자산배분 전략에서 다각화 목적으로 훌륭할 것입니다. 주식이 역대 하위 5% 성과를 보이는 구간에서 월간 -9% 정도 하락했는데, 원자재는 1% 정도 상승했고, 하위 1% 성과 구간에서는 주식이 -13% 이상 하락할 때 원자재는 2% 이상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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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ardwaj, Gorton, Rouwenhorst (2015)는 같은 테스트를 2014년까지로 10년을 더 늘려서 또 합니다. 2004년까지는 강력한 성과를 보여주던 원자재 선물이 2005년부터 10년 동안은 현물보다 한참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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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표는 기간별 성과를 정리한 것입니다. 이전 논문에서 그랬듯이 1959년부터 2004년까지 원자재 선물은 최고였습니다. 2005년부터의 10년 동안은 부진한 성과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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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자산군과의 비교입니다. 1959-2004의 45년 동안은 원자재 선물은 주식과 붙어도 실질 수익률도 대등하고 Sharpe Ratio는 이겼습니다. 2005년부터는 실질 수익률도 못하고 변동성은 더 커서 아주 나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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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롤오버 비용의 증가에서 이유를 찾습니다. 롤오버를 해서 이익이 나려면 근월물(현물)이 비싸고 원월물(선물)이 싸서 Backwardation이 되어야 합니다. 2004년 이후로는 역대 평균인 35%보다 많이 낮은 26% 구간에서만 Backwardation이 성립했다 합니다. 롤오버 이익이 줄고 손실로 바뀌니 그만큼 성과가 안 좋아졌을 것입니다. Backwardation이 되려면 지금 당장 원자재를 끌어다 쓰는 수요가 많아야 합니다. 원자재를 많이 쓴다는 것은 공장들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공장에서 번 돈으로 계속 공장을 지어 원자재를 더 소비하는 구조입니다. 과거 중국은 연 10%씩 성장하며 엄청난 양의 원자재들을 흡수했습니다. 이제는 그런 고성장은 아니니 원자재 흡수도 덜 할 것이고, 당장의 수요가 줄어드니 Backwardation 구간이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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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유는 미국 국채 때문입니다. 1980년 이후 40년 동안 미국 국채 금리는 꾸준히 하락해왔고(채권 가격은 상승), 자산배분 투자에서 높은 비중을 가지는 채권의 성과가 좋아 자산배분에는 매우 호재였습니다. 이러다가 2008년 이후 제로 금리가 등장합니다. 원자재 선물은 선물이니까 증거금만 있으면 됩니다. 그러면 증거금만 넣고 나머지는 미국 국채로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원자재 선물 투자 수익에서 저 이자 수익이 깎여나가는 것도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아래 그림은 인플레이션과 주식/채권/원자재 선물 수익률의 상관관계입니다. 원자재 선물은 모든 구간에서 인플레이션과 양의 상관관계를 가집니다. 인플레이션이 와야 원자재 선물에 좋은데, 예전 인플레이션 관련 글에서 볼 수 있듯이 2005년부터 2014년까지는 잠재 GDP보다 실질 GDP가 뒤쳐져서 디플레이션에 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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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원자재 ETF 등의 다양한 원자재 금융 상품 출시도 영향을 주었다고 주장합니다. 규모가 큰 원자재 ETF들인 GSG (iShares S&P GSCI Commodity-Indexed Trust)는 2006년 7월 10일, DBC (Invesco DB Commodity Index Tracking Fund) 는 2006년 2월 3일에 출시되었습니다. 원자재 선물 성과가 저조해진 시점과 맞습니다. 이들은 원자재에 long position을 가져가는 ETF입니다. 옛날에는 원자재(상품) 가격 하락을 헤지하려고 원자재 선물에 short position을 취하는 경우가 많아 원자재 선물이 싸게 팔렸는데, 이제는 ETF의 원자재 매수 때문에 원자재 선물이 싸지 않고 수익 기반이던 리스크 프리미엄도 낮아졌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헤지 수요가 감소하고 투기 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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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원자재가 어떤 방향으로 갈까요? 2020년부터 이미 많이 오르긴 했습니다만 기저에 있는 근거들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다소 무식한 근거이지만 위에 언급했던 Jim Rogers가 과거에 예측했던 대로면 10-15년마다 원자재 호황이 왔기 때문에 이제 올라갈 때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이유로는 코로나19로 전세계 경제가 역성장했고, 백신 보급으로 이제 막 경제가 살아나면서 원자재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추가로 바이든 정부는 현대판 뉴딜 정책처럼 보이는 엄청난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선물했습니다. 건설이든 뭐든 하려면 원자재는 당연히 많이 들어가니 수요가 늘어날 것입니다. 미국 국채의 금리도 이제는 제로 금리가 아닙니다. 지금은 바이든 정부가 돈을 풀겠다고 국채를 시장에 팔아서 국채 공급량 증가로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오르고 있는데, 본격적인 인플레이션이 시작된다면 (아직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보고 싶다고만 하고 별다른 개입을 하지 않고 있으니 인플레이션이 본격화 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원자재 자체도 가격이 오를 것이고, 국채 금리도 더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원자재 투자를 위해서 무엇을 사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원자재 선물 투자는 익숙하지 않아서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원자재 생산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원자재 생산 기업의 주식도 어쨌든 주식이라 주식 시장과의 상관관계가 비교적 높고, 같은 자산군에서 오는 위험을 낮추기 위해 분산 투자하는 의미가 없어집니다. 그림에서 보아도 비슷하게 따라는 가는데 원자재 주식이 더 못합니다. 원자재 선물 ETF의 대체로 비싼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ETF가 나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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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ETF는 대체로 추종하는 지수가 있습니다. S&P GSCI Commodity Index (GSG), Bloomberg Commodity Index (DJCB), DBIQ Optimum Yield Diversified Commodity Index Excess Return (DBC), Rogers International Commodity Index (RJI)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대체로 에너지(원유) 비중이 가장 크고, 농산물, 산업금속 및 귀금속 순으로 비중이 큽니다. S&P GSCI는 원자재의 생산량을 기준으로 비중을 나누고, 달러 거래를 기준으로 합니다. 원유 비중이 50% 이상입니다. Bloomberg Commodity Index는 가장 비중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원유 30%, 농산물 22%, 산업금속 및 귀금속 35% 정도입니다. Rogers International Commodity Index는 소비량과 거래량 기준으로 비중을 나누고, 전세계 통화로 거래되는 것을 고려한다 합니다. 원유 40%, 농산물 30%, 산업금속 및 귀금속 25% 정도입니다. 원자재 중 어느 상품에 조금 더 힘을 줄 것인지에 따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참고

Gorton, G., & Rouwenhorst, K. G. (2006). Facts and fantasies about commodity futures. Financial Analysts Journal, 62(2), 47-68.

Bhardwaj, G., Gorton, G., & Rouwenhorst, G. (2015). Facts and fantasies about commodity futures ten years later (No. w21243).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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