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etClass] Gold


개요

자산군으로서의 금을 생각해 봅니다.

금. 원소 기호 Au. 원자번호 79번. 밀도 1 세제곱 센티미터 당 19.3g, 녹는점 1064도, 끓는점 2970도. 부식 거의 되지 않음. 연성/전성이 좋아 가공 용이.

금의 성질입니다. 번쩍이고 부식되지 않고 오염에 강해 먼 옛날부터 귀금속 및 사치재 취급을 받았습니다. 금본위제에서 화폐의 기능을 했고, 현대에도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 투자하거나 산업 재료로 널리 쓰입니다.

금이 비싼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니 귀금속으로 쓰이는 것에 대하여 더 이야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산업 재료로 쓰이는 것도 자산군으로서의 금이라는 주제에서 다소 벗어나니 제외하겠습니다.

금이 화폐로 쓰인 것은 매우 오래되었습니다. 고대 리디아에서 사용한 리디아 금화, 로마 제국의 솔리두스 금화, 베네치아의 두카트, 피렌체의 플로린 등 도시국가의 금화, 이슬람의 디나르, 근대 영국의 소버린(파운드) 금화 등의 예시가 있습니다.

서양이 본격적으로 동양을 앞서나가는 것은 산업 혁명을 기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최강이었던 영국은 식민지이던 인도와 함께 인도에는 면직물을 팔고, 인도산 아편을 중국에 팔고, 중국에서 차와 은을 가져오는 기발한 발상을 했습니다. 공장화로 얻어낸 압도적인 생산력은 영국을 부자로 만들었습니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충분히 부자가 되었고, 1890년대에 금본위제를 도입합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1897년에 금본위제를 도입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금본위제는 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런데도 도입을 했던 것은 장점도 충분히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금본위제는 물가를 안정시킵니다. 어떤 물건 값이 많이 올랐다면(대금으로 금을 더 많이 준다면) 금을 더 챙기기 위해 너도 나도 그 물건을 팔 것입니다. 그러면 공급이 늘어나니 가격이 내려가서 물가가 안정됩니다. 금본위제는 고정 환율이 되기 때문에 환리스크를 크게 줄여줍니다. 그리고, 어쨌든 금만 있으면 화폐가 보장이 되니 외부 충격에 강해집니다.

금본위제는 20년만에 문제가 나타납니다. 1차 세계대전에서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니 금도 너무 많이 필요했습니다. 종이돈은 인쇄만 하면 되지만 금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각국은 금태환을 중지했고, 전후 복구를 하던 와중에 대공황이 터져 기존의 금본위제는 망하고 대혼란을 겪다가 2차 세계대전이 터집니다.

2차 세계대전 후 케인즈가 주장한 어느 국가만의 통화도 아닌 통화인 방코르와 미국이 주장한 달러 중 달러가 받아들여졌습니다. 케인즈의 방코르는 현재의 유로화와 비슷합니다. 경쟁력 높은 나라가 무역 흑자를 계속 내면 경쟁력이 약한 나라는 무역 적자로 나라에 돈이 없어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 시점부터 달러를 기축통화로 한 금본위제가 실시됩니다. 이전처럼 각국 중앙은행이 금태환을 독자적으로 하지 않고 미국만 해서 달러 환전이 필요했고, 달러를 통해 금과 연결됩니다. 달러와 각국 화폐는 고정 환율, 35달러는 금 1온스로 교환해주는 비율이었습니다. 2차 대전에서 미국이 만든 무기와 물자를 금으로 사고, 패전국들은 금으로 배상금을 물어서 미국이 전세계 금의 70%를 가지고 있어 가능했습니다.

잘 만든 것처럼 보였던 브레튼 우즈 체제도 망했습니다. 브레튼 우즈 체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달러와 금의 교환비를 고정하고, 타국 화폐를 달러에 연동했기 때문에 세계 경제가 돌아가려면 엄청난 양의 달러가 필요해 달러 가치의 하락을 가져온다는 것이었습니다. 1달러의 가치는 하락하는데, 명목상 35달러를 금 1온스와 교환해야 하니 보유한 금보다 달러가 지나치게 많아 보이면 다른 국가가 미국에 달러를 주고 금을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프랑스의 드골 정부가 프랑스 프랑 가치 하락 베팅에 대응하기 위해 외환 시장에 개입하고, 금이 없어 미국에서 금을 받아갔습니다. 이런 경우가 많아지면 금으로 교환을 못 해주고, 다른 국가들이 신뢰를 잃어 체제가 붕괴합니다. 미국이 달러를 긴축해서 줄어든 금의 양에 대응하거나, ‘공식적으로’ 달러 가치를 절하해서 달러를 더 가져와야 금으로 바꿔준다고 하는 것이 대처 방법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긴축을 하면 베트남 전쟁으로 문제가 있던 미국 경기가 더 나빠질 상황이었고, 공식적 달러 절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브레튼 우즈 체제의 종말로 금본위제는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금은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 쓰이고, 비상 사태를 대비하여 각국에서 비축되고 있습니다. 현대 화폐는 신용 화폐이기 때문에 국가가 신용을 잃으면 휴지가 됩니다. 예시로 IMF 위기 때 원화 가치가 반토막이 났고, 가치가 유지되는 금을 팔아 나라를 정상화시켰습니다.

금이 가치 저장의 수단이라는 것은 화폐 가치 하락을 헤지한다는 말이 됩니다. 어떤 화폐로 투자를 하던지 금을 일부 편입하는 것은 다각화 수준을 높여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첫 번째로 달러 인덱스입니다. 달러 인덱스는 일반적으로 1973년 시작점을 100으로 하여 영국 파운드화, 유로, 일본 엔화, 캐나다 달러, 스위스 프랑, 스웨덴 크로나에 비해서 달러가 얼마나 강한지를 나타낸 것을 말합니다. 달러 인덱스가 150이면 1973년 대비 달러가 1.5배 강한 것이고 0.5이면 1973년 대비 0.5배 강한 것입니다. 모든 원자재는 달러로 표기되고 거래됩니다. 금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달러로 표기된 금 가격은 오릅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대체로 반대로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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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실질 채권수익률(real yield) 입니다. ‘실질’ 이기 때문에 명목상 채권 수익률에서 인플레이션을 뺀 값입니다. 금은 실질 채권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크게 발생하면 실질 채권 수익률은 내려가고 금 가격은 오릅니다. 채권에 투자한 돈의 가치(구매력)가 인플레이션이 높을 경우 떨어지고, 가치를 보존해 줄 수 있는 금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오르는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을 나타내는 10년물 명목 국채 수익률과 10년물 TIPS 수익률 차이로 기대 인플레이션을 보여주는 BEI와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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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바이든 정부가 들어온 2020년 11월부터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는 이야기가 시장에 널리 퍼졌는데 금 가격은 2020년 11월부터 꾸준히 하락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는 예상은 맞습니다. 인프라 투자 등 대규모 부양책과 수요 회복으로 경제 회복이 일어나고, 각종 지원금을 주어 돈이 생긴 사람들이 돈을 쓸 것이라 수요가 늘어 물건 가격이 오를 것입니다. 추가로 가파른 수요 회복에 따른 원자재 수요 회복으로 원자재 가격이 올라 물건 가격에 반영되어 물건 가격 상승에 더 힘을 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규모 부양책을 위해 정부가 돈을 쓰려면 국채를 발행해야 합니다. 국채를 발행해서 시장에 팔고 돈을 가져와서 부양책 자금으로 쓰는 것인데, 국채 공급이 늘어나니까 국채 가격이 내려가고 국채 명목 수익률은 올라갑니다. 인플레이션 상승보다 국채 명목 수익률 상승이 더 빠르다면 실질 수익률이 올라가서 금 가격은 하락합니다.

세 번째는 시장 참여자의 sentiment 입니다. Sentiment는 공포 지수, 금 선물 시장의 positioning, 또는 제가 한 Reddit이나 뉴스 text analysis python project들 처럼 뉴스나 미디어의 문장들을 분석하여 측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포 지수가 오르면 시장이 공포에 질려 있다는 말이 되고, 가치 저장 수단인 금으로 피신하는 자금이 늘어나 ‘대체로’ 금 가격이 오릅니다. (코로나 쇼크 때는 금도 미국 국채도 다 같이 하락하고 미국 달러 현금으로 많이 몰리는 예외적 현상이 있긴 했습니다)

네 번째는 통화량(M2) 입니다. M2 통화량은 M1 통화량인 현금에 사실상 현금인 예금 등 현금성 자산을 합친 것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QE를 해서 열심히 돈을 풀었는데, 돈을 푸니까 돈의 가치 하락을 기대하고 금 수요가 올라 금 가격이 올라갔다가 막상 실제 통화량인 M2는 크게 차이가 안 났고 금 가격이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찍어낸 돈이 은행들의 초과 준비금으로 거의 다 들어가서 시중에는 돈이 풀리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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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상황은 정리할 겸 조금 자세히 쓰겠습니다. 2008년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모기지 채권들이 상환을 못 받고 줄줄이 파산해서 투자은행과 헤지펀드들은 막대한 미실현 평가 손실을 입었고 막대한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자산들의 투매가 일어난 것은 3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로, 은행들은 국제 결제 은행(BIS)의 건전성 규제 때문에 자기 자본 비율(BIS 비율) 유지가 필수적입니다. 파생상품은 위험도가 매우 높아 BIS 계산 시 거의 자산으로 취급받지 못했고, 보유해도 손실만 늘어났습니다. 둘째로, 금융 기관은 투자한 증권 신용 등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팔아야 하는데, MBS 등 많은 것들의 등급이 떨어져 다 팔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금융 기관 성과가 나쁘니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여 금융 기관은 현금 부족에 시달리고, 가진 자산을 현금화했습니다.

여기에 회계 기준 개정도 일조했습니다. FASB (Financial Accounting Standards Board)에서 2007년 11월 15일 이후에 시작하는 회계연도부터 시행하도록 한 FAS (Financial Accounting Standard) 157번인 공정 가치 측정 (Fair Value Measurement) 조항입니다. 이 조항 이전에는 공정 가치의 기준이 모호했습니다. FAS 157에서는 측정일에 시장 참여자 간 정상적인 거래에서 자산 매각으로 받을 수 있는 돈 또는 부채 이전을 위해 지급해야 하는 돈을 공정 가치로 하라고 합니다. 이것이 문제가 됩니다. 금융위기로 인한 공포로 자산 가격이 폭락하는데 측정일에 팔아서 얼마 받을 수 있는지를 구해야 회계 보고를 할 수 있고, 그러면 팔 생각이 없는 자산인데도 재무제표 상에서는 강제로 상각해야 합니다. 그러면 금융 기관들의 미실현 평가 손실이 커지고, 당기 순손실도 커지고, 재무 상태는 더 나빠져서 더 많이 현금화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2008년 이전에는 이런 상황에 방어력을 갖추도록 하는 초과 준비금 개념이 거의 없어 상업은행들이 현금을 잘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다 같이 쓰러졌습니다. 총자산 대비 현금이 3%, 국채가 10% 정도였다고 합니다. 2008년부터 QE로 연준이 돈을 찍어서 초과 준비금의 형태로 은행들에게 주어 살려낼 수 밖에 없었고, 시중에는 돈이 풀리지 않아 M2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20년의 은행들은 매우 튼튼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연준의 QE 자금이 곧장 시중에 풀릴 수 있었고, 코로나 초기부터 바이든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이 실현되기 전까지는 유동성 파티와 함께 M2도 금 가격도 폭등했습니다.

다섯 번째로, 주식 시장 및 변동성 지수가 있습니다. 주가가 폭락하면 가치 저장 수단이라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금의 수요가 늘어나서 가격이 오릅니다. 변동성 지수도 마찬가지로 변동성이 극심하면 금의 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오릅니다. 여섯 번째로, 귀금속 수요 및 산업 수요는 대체로 투자 수요와 반비례할 것입니다. 비싸면 원재료 값이 많이 들어가니 쓰기 쉽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금 공급량입니다. 금 공급은 광산에서 캐 오거나 폐기 처리된 전자 제품에서 주워오는 도시 광산 등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그런데, 금 공급량은 가격 변화에 따라 빠르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금 투자를 해야 하는데, 금괴를 사 모으기는 불편하니까 금 현물 ETF (GLD)를 사면 됩니다. 수수료가 더 저렴한 IAU도 있으나, IAU는 금 선물로 만든 것이라서 주기적으로 손실을 보아야 합니다. 금 선물을 가지고 있으면 만기마다 원월물로 바꿔주는 롤오버 비용이 발생합니다. 금 선물은 대체로 금 보관비용 때문에 만기가 길수록 비싸서 롤오버를 할 때마다 손해를 봅니다. 더 높은 수익률을 위해 레버리지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 금 레버리지 상품은 선물을 사용해서 생기는 문제에 횡보할 시 손실이 가중되는 volatility drag 현상도 나타나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아래 그림은 Meb Faber의 데이터에서 1920년부터 2020년까지 101년 동안의 주식 (S&P 500), 미국 장기 국채 (30년), 금, 미국 단기 국채(현금)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것입니다. 거의 0입니다. 장기적으로 상관관계가 0이기 때문에 다각화 용도로 매우 좋습니다. 101년 동안 금은 연 복리 수익률 4.58%, 연 변동성 14.60%를 기록하여 상당히 변동성이 높았습니다. 그러므로, 높지 않은 비중으로 가져가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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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3. by JacobJinwon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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