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etClass] Bonds


개요

자산군으로서의 채권을 생각해 봅니다.

채권은 이자를 주는 증권으로서 국가가 발행하면 국채, 회사가 발행하면 회사채, 지방 정부가 발행하면 지방채가 됩니다. 빚문서인 채권을 사서 발행 주체에게 우리는 채권자가 될 수 있습니다.

채권은 이자를 주는가 주지 않는가에 따라 나눌 수 있습니다. 이자를 안 주면 무이자 채권입니다. 이자를 안 주기 때문에 싸게 발행합니다. 예를 들어, 80달러에 발행하고 만기에 원금인 100달러를 줄 수 있습니다. 이자를 주는 경우는 이자 지급 시점마다 이자를 주고 만기에 이자와 원금을 받습니다.

금리를 고정하는지에 따라 고정금리/변동금리, 인플레이션에 연동하는 물가연동채권(TIPS 등), 만기가 없는 영구채권, 담보부 채권(secured bond), 조기 행사 등이 붙은 채권(callable bond) 등 종류도 많습니다.

채권을 보유하면 주기적으로 이자를 주니까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만기까지 가져간다면 부도가 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 채권을 사는 시점에 수익률이 확정되지만, 만기까지 가져가지 않으면 채권 가격 변동에서 오는 자본 수익도 존재합니다. 부도 이야기를 했는데, 부도가 나도 주식보다 돈을 먼저 받습니다. 채권 가격이 별로 움직이지 않아도 어쨌든 이자를 받으며 버티면 되니 현금 흐름이 안정적입니다. 채권이 유리한 시기는 경기가 나빠서 중앙은행이 돈을 풀기 위해 금리를 내려주면 채권 이자는 그대로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득이라 채권 수요가 올라 가격이 오르는 시기입니다. 경기가 나쁠 때 대체로 주식이 좋지 않기 때문에 채권은 주식에 대한 헤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산배분 전략에 채권은 어떤 형태로든 쓰입니다.

자산배분 전략을 가장 간단하게 구현한다면 주식과 채권만 있어도 됩니다. 장기적으로 상관관계가 낮았기 때문에 적당한 비중으로 섞는다면 주식의 수익성은 어느 정도 가져가면서 위험은 줄일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들은 각각 1970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외 선진국 MSCI EAFE 포함), 1926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외 선진국 MSCI EAFE 제외) 지역별 주식(미국/미국 외 선진국/신흥국)과 미국 국채(단기/10년/30년 만기)의 상관관계입니다. 상관관계가 장기적으로 0에 가까워서 주식 시장에 대한 헤지 기능을 수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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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채권이라 해도 위에서 말한 것처럼 안정적인 국채, 우량 회사채가 있고, 안정성이 없는 대신 고수익을 내걸고 있는 신흥국채, 하이일드 채권 등이 있습니다. 위에서 본 국채는 주식에 대한 헤지 기능을 수행하지만, 안정성 대신 수익을 택한 신흥국채나 하이일드 채권은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파란색이 S&P 500 ETF (SPY), 빨간색이 미국 7-10년 만기 국채 ETF (IEF) 입니다. 미국 국채는 부도날 수 없는 국채이니 한눈에 봐도 안정적이고 주식시장이 힘들 때 적절한 헤지 기능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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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이 S&P 500 ETF (SPY), 빨간색이 하이일드 채권 ETF (JNK) 입니다. 투자 부적격 등급(non-investment grade, BBB 이하) 채권만 가져가기 때문에 2009년에는 40% 가까운 화끈한 수익을 보여주고, 2008년에는 24% 하락으로 주식 못지 않은 하락을 보여줍니다. 주식에 대한 헤지 기능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등급인지에 따라 수익률과 리스크가 달라지고, 어떤 상황에 잘 맞는지도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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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신용등급에 따라서 BBB까지를 투자 적격, BBB 아래를 투자 부적격으로 봅니다. 신용등급이 낮으면 못 믿겠으니 이자를 더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자가 높습니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채권 가격 변동에서 오는 자본 수익이 큽니다. 위의 수익률 그림에서 보았듯이 말입니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수익 변동이 크고 리스크도 높습니다.

경기가 좋거나 좋아지는 중이면 신용등급이 낮은 하이일드 채권이 좋습니다. 경기가 좋으니 신용등급 낮은 회사도 돈 빌리기, 돈 벌기가 쉬워지고 부도 위험성이 감소하고,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감수하려고 해 위험한 하이일드 채권 수요가 올라갑니다. 경기가 침체 중이면 우량 회사 채권과 국채가 좋습니다.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싫어해서 안전 자산으로 돈이 몰립니다.

채권 이자율은 사실상 무위험인 국채 이자율에 채권의 위험도에 따라 리스크 프리미엄을 더해준 형태입니다.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은 위험한 것들은 이자가 높아지는 구조입니다. 신용도가 높으면 부도 위험이 없으니 저금리 대출이 가능해지고 신용도 최고인 국채가 가장 이자가 낮습니다. 만기가 길면 중간에 인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고 금리가 변할 수도 있고 받은 이자를 재투자해야 하는 문제도 있으며 발행자가 망할 가능성도 아무래도 높습니다. 그래서 만기가 길면 이자가 올라갑니다. 경제 상황이 나쁘면 회사들의 부도 위험이 높아지니 돈을 안 빌려주려 하고 이자도 올라갑니다.

이미 발행이 된 후에는 시중 금리와 반대로 움직입니다. 액면 100달러에 매년 3% 이자를 주는 A사 회사채를 생각합니다. 금리가 1% 오르면 그때 새로 발행되는 채권은 4% 이자를 주니까 원래 있던 A사 회사채는 상대적으로 손실이 되고, 가격이 100달러에서 내려가야 합니다. 금리가 상승하면 이미 발행된 채권 가격은 내려가고, 금리가 하락하면 이미 발행된 채권 가격은 올라갑니다. 채권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의 가중평균만기를 듀레이션이라 하는데, 이자율 변화에 대한 채권 가격의 민감도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듀레이션이 20년이면 대략적으로(선형 관계가 아니므로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이자율 1% 하락은 20%의 채권 가격 상승을 가져오고 이자율 1% 상승은 20%의 채권 가격 하락을 가져옵니다. 이 시중 금리에는 중앙은행의 기준 금리,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기대, 돈의 수요와 공급이 영향을 줍니다.

헤지 목적 말고는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 할 수 있는데 안 그렇습니다. 지금이야 제로 금리가 되어버려서 금리 하락에 의한 채권 가격 상승이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제로 금리가 아닌 저성장 및 저금리였던 코로나 이전 시기와 직후에서는 경기 침체와 금리 하락이 예상되었다면 채권은 괜찮았습니다.

작년에 주식이 3월에 그렇게 하락하고도 최종적으로는 매우 좋았는데, 만성적 저금리에서 제로 금리로 내려가는 방향에 있었고, 중앙은행이 돈 풀기로 개입해서 성과가 좋았던 것입니다. 주식 자체의 기대 수익률도 은행 예금 금리에 주식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합해진 것이기 때문에 저금리에서 제로 금리로, 중앙은행 돈 풀기 모두가 맞아 떨어진 시기에 주식이 좋았다고 해서 주식 100% 하면 안 됩니다. 금리가 매우 내려간 것과 중앙은행의 개입이 없었으면 저성장 시기이기 때문에 주식 수익률은 낮았어야 합니다. 저성장 저금리 시기에는 기대 수익률은 낮아지는데 변동성은 안 그렇기 때문에 주식의 위험 대비 수익이 나빠지고, 채권이 상대적으로 좋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상황이든(고성장 고금리, 저성장 저금리) 상대적인 변화에 집중해야 합니다. 저성장 저금리라 해도 그 안에서 작년처럼 금리가 바닥으로 간다면 주식이 좋을 수 있고 고성장 고금리라 해도 경기 둔화세가 뚜렷하면 채권이 좋을 수 있습니다.

경제 성장 부진과 저인플레이션, 그저 그런 경제 성장과 고인플레이션, 고성장과 그저 그런 인플레이션, 고성장 고인플레이션 정도로 경제 상황을 나눠볼 수 있습니다. (기대 이상/이하로도 4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습니다)

경제 성장도 부진하고 인플레이션도 낮은 시기면 원래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주식과 원자재는 부진하고 금리가 내려갔으니 채권(국채)은 좋은 시나리오입니다. 그러나, 10여 년 전 연준에서 양적완화라는 기가 막힌 기술을 보여준 이후로는 돈을 뿌릴 때마다 성장주에 집중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어쨌든, 채권(국채)은 고인플레이션 보다는 침체와 저인플레이션, 고성장으로 가면서 약간의 인플레이션 두 경우에서 유리합니다.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낮고, 경제는 침체되거나 침체에서 막 나오고 있을 때에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지 인플레이션이 낄 때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은 낮기 때문입니다. 국채가 아닌 하이일드 채권 같은 경우는 이런 구간에서 발행자가 망할 가능성이 높아져 좋지 않습니다.

하이일드 채권 등이 경기 침체 구간에서 좋지 않은 것은 가산금리(스프레드) 때문입니다. 국채에 일종의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스프레드를 추가해야 되는데, 시장에 위험 선호 분위기가 팽배하면 돈을 잘 빌려주니 스프레드가 작을 것이고, 경기 침체 등 시장이 안정 지향인 상황이면 스프레드가 올라갑니다. 2008년에 금융 시스템이 마비가 되어버린 금융 위기에서는 이 현상에 따라 위기 발생 전부터 가산금리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020년에는 갑자기 발생한 쇼크이기도 했고 연준이 무제한에 가까운 유동성 공급으로 돈 빌리는 것에 별 문제가 없어 이런 현상이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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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보아야 될 요소는 듀레이션입니다. 듀레이션은 의미 상 금리 1% 변화에 따른 채권 가격의 민감도를 나타내는데 경기 침체로 금리가 내려갈 것 같으면 듀레이션이 긴 장기채로 수익을 내야 하고, 반대로 이자율이 오를 것 같으면 듀레이션이 짧은 단기채로 방어해야 합니다.

종합하면 채권 금리는 국채 금리에 가산 금리(스프레드)가 더해진 형태입니다. 이 때 경기 침체/회복기에서는 시장 금리 하락 가능성이 높고 위험 회피 성향으로 가산 금리는 올라가니까 만기가 긴 국채/우량 회사채로 수익을 내야 합니다. 경기 호황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오면서 시장 금리는 오를 가능성이 높고 위험 선호로 가산 금리가 낮아지니 그것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기가 짧은 하이일드 채권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채권은 다행히 직접 사고 팔 필요가 없습니다. ETF가 아주 잘 되어 있습니다. 국채는 만기별로 Blackrock의 SHY, IEI, IEF, TLT 등이 있고, 회사채는 만기별로 VCSH, VCIT, VCLT가 있습니다. 하이일드 채권은 HYG, JNK가 있습니다. 신흥국 국채에 관심이 있는 경우는 EMB, EMLC 등의 선택지가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채권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인 금리에 대하여 여기서 다루지 않은 것들을 더 알아보겠습니다.




© 2021.03. by JacobJinwon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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